인물 대한민국에서 후원자로 산다는 것 - 이아린,이승우 후원자

2016.11.042,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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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박지만 사진작가(studio 3rdbass) 재능기부


대한민국에서 후원자로 살아가는

가장 보통의 그러나 가장 특별한 그들의 이야기





완연한 봄의 한 가운데서,

꽃 같이 예쁜 미소,

햇살만큼 따뜻한 마음이 서로 꼭 빼닮은 아린이네 세 가족을 만났다.



# 1.

성환이를 두고 나와서 미안했어요. 또 와야 할 것 같아요 (아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봄을 선물한 것 같아 기뻐요 (아빠)


지난번엔 사촌동생 한비도 같이 왔었는데, 이번엔 못 와서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오늘도 재밌었어요. 흙도 파고, 꽃도 심고 또 물도 줬는데요, 오전에 만났던 애기가 나와서 보더니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오전에는 장애가 있는 애기들을 돌봤거든요. 사실 어른들이 있는 곳에 먼저 갔었는데, 몸도 심하게 뒤틀리고 소리도 내고 하니까 조금 무서워서 저도 모르게 울어버렸어요. 부모님이랑 선생님이 괜찮다고 해주시고 아기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주셔서 다행이었어요.


아기들은 장애도 덜 심하고 몸도 작아서 전혀 무섭지 않고 예뻤어요. 성환(가명)이라는 애기랑 같이 놀았는데요, 밥도 먹여주고 안아주고 하다가 시간이 다 돼서 가려고 하니까 울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거예요. 달래주다가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나왔는데 많이 미안했어요. 아무래도 또 와야 될 것 같아요. 성환이 정말 귀엽거든요.(아린)



작년 10월 한사랑마을 벽화 봉사활동 이후 꼭 6개월 만에 뵙네요. 안녕하셨죠? 아린이, 저, 그리고 와이프 우리 가족 모두 잘 지냈답니다. 아린이는 그 사이 중학생이 됐고, 키도 족히 5cm는 자랐어요. 지난 봉사활동이 아린이에게 참 좋았던가 봐요. 종종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활동도 신청했어요. 그림도 좋지만 직접 꽃을 심어 선물하는 게 참 좋네요. 꽃 화단이 생긴 것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작게나마 봄을 선물한 것 같아 뿌듯해요. (아빠)



# 2.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아린)


집 거실에 아빠가 돕는 친구들 소식이나 편지 같은 것들이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5학년이 되면서 아빠가 저도 친구를 도와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제 용돈이 많지는 않으니까 돈은 아빠가 내는 대신에, 저는 그 친구를 돕는 마음과 후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책임을 맡으라고 하시면서요.


용돈도 아껴 쓰기로 약속하고 후원을 시작했어요. 얼마 후에 저랑 나이가 같은 남자애 사진이랑 소식이 왔어요. 엄마랑 동생이랑 사는데, 저처럼 운동을 좋아한대요.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고요. 뭔가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3. 감사한 일이 생길 때마다 보답하는 마음으로 나눔을 더해가려고요 (아빠)

스물여섯에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었는데, 놀기만 하는 건 아쉽더라고요, 회비 2만 원씩을 걷어, 절반은 기부를 하고 나머지는 우리를 위해 쓰자고 제안했어요. 친구들이 흔쾌히 동의했고, 그렇게 시작한 첫 나눔을 24년째 이어오고 있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자가 된 건 7년 전이에요. 개인적으로 사회의 다른 많은 부분은 국가의 책임이 크지만, ‘어린이’를 위한 일에는 공공과 민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해외 어린이는 다른 단체를 통해 돕고 있던 터라, 국내 어린이를 위한 사업에 더 비중이 있는 단체를 찾다가 어린이재단을 알게 됐죠. 꼼꼼히 따져보고 후원을 시작했죠.


그즈음 이곳 한사랑마을에서 장애가 있는 어린 친구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는데요, 그날 밤 잠이 좀 안 오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참 별것 아닌 일인데, 내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곳이 여전히 참 많구나 싶어서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시간이 날 때마다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또 고마운 일이 있을 때마다 후원도 늘려갔어요. 사실 우리 가족도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다행히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돌이켜보니 감사할 일이 참 많더군요. 그 후엔 아린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거나, 제가 승진을 하거나 기쁜 일들이 생길 때마다 후원을 늘리는 것으로 보답을 하는 게 우리 가족의 원칙이 되었어요.


우리 가족도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아직 나눔을 시작하지 않은 분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꼭 나눠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일단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작게라도 나눔을 시작해 보라는 거예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 방식은 바뀔 수 있지만, 우리 가족은 이제 나누는 일은 멈추지 않고 계속할 계획이거든요. 가족과 함께 후원과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데서 오는 장점들을 다른 분들도 꼭 느껴봤으면 싶어요.



# 4.
혼자 집에 있는 게 외로워서 싫었는데 강아지가 있어서 이젠 괜찮아요(아린)
빈칸으로 남아 있는 제 꿈, 주위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채우고 싶네요(아빠)


4-1. 살면서 느낀 빈칸이 있다면?
아린: ‘외로움’이요. 집에 왔을 때 엄마, 아빠는 일하러 가고 안계시니까 혼자 있으면 좀 외로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강아지가 생겨서 괜찮아졌어요. 
아빠: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면서 늘 목표를 정해놓고 그걸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우리 아린이가 언제 이만큼 컸을까 싶을 때 마다 종종 지난날을 돌이켜보게 되더라고요. 그때의 저는 늘 뭔가를 꿈꾸고 열심히 살았는데, 막상 지금은 그 자리가 빈칸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이나 꿈으로 그 빈칸을 좀 채워야 할 것 같은데, 이젠 나만을 위한 것, 우리 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닌 조금 더 주위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4-2. 요즘 아이들의 빈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린: 개인적으로는 놀 시간이요. 저는 활동적인 편이라 피구 같은 운동을 좋아해요. 그런데 학교 끝나면 학원에 가야하니까 시간이 없어요. 다들 학원에 가니까 저 혼자 안 간다고 해도 친구들과 같이 할 수는 없지만요. 학원은 수학이랑 영어를 다니는데, 수학은 재밌는데 영어는 좀 별로에요. 숙제가 많아서 시간도 많이 들고요. 중학교 오고 나서는 아직 없었는데 왕따도 빈칸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도 늘 있었어요. 제가 당하거나 시키는 건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좀 그래요, 왕따 당하는 애도 막상 놀아보면 착하고 괜찮던데. 왕따 시키는 애들한테 하지 말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당하는 친구랑 놀아줄 수는 있어요. 
아빠: ‘자유’인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에겐 원하는 것을 하고, 또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을 자유가 참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땐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전혀 문제 되지 않았거든요. 우리 아린이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고 늘 무언가를 하도록, 또 하지 않도록 강요받잖아요. 빈 도화지 같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공상하고 자신들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많이 아쉬워요. 




4-3. 초록우산 후원으로 아이들의 어떤 빈칸을 채워주고 싶은지? 어떻게 채워주고 있는지?
아린: 꿈? 공부? 같은 것을 채워주고 싶어요. 저는 꿈이 세 개에요. 요리사, 사진작가, 아니면 모델이 되고 싶어요. 우선은 기본적인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니까 지금은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알아보는 중이에요. 제가 돕고 있는 친구는 운동을 좋아해서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래요. 계속 축구를 할수 있게 도와주고 싶고, 또 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빠: 아이들에게 빈칸이 너무 많은 세상이잖아요. 제 작은 도움이 그 빈칸을 다 채웠으면 하고 바라는 건 어쩌면 욕심이 아닐까 싶어요. 그저 아이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주는 후원자이고 싶어요. 누군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 나를 조건 없이 응원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되면 도움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큰 힘을 받지 않을까요? 


4-4. 나에게 초록우산은? 
아린: 초록우산의 의미가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키고 꿈을 펼치게 돕는‘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노란색, 빨간색 같은 다른 색이 아니라 초록색이에요? 아니, 제가 초록색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초록우산이 더 좋아요. 제가 돕고 있는 친구가 공부도 하고 꿈도 꿀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서 좋아요. 저에게 초록우산은 ‘친구의 꿈을 응원하는 것’이에요. 

아빠: 세상에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도 많고, 또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많잖아요. 하지만 도움을 받는 것, 도움을 주는 것 모두 각자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초록우산은 제게 ‘연결’ 이에요. 부족하지만, 계속하고 싶은 연결이죠.




# 5.
친구들을 돕는 거요? 꿈을 응원하는 일인 것 같아요. (아린)
아이들을 돕는 것은 어른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아빠)


엄마 아빠는 제 의견도 많이 물어보고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도 많이 응원해주고 참 좋아요. 그런데도 요즘은 친구랑 이야기하는 게 더 좋고 엄마 아빠한테 괜히 짜증부릴 때도 있고 그래요. 제가 요즘 좀 사춘기인 것 같아요. 그래도 오늘처럼 봉사활동을 하거나 제가 돕는 친구 소식이 집에 오거나 하면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랑 얘기도 하고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중학생이라 조금 바빠졌지만, 아이들도 귀엽고 생각날 거 같아서 봉사활동도 자주 올게요. 그리고 제가 돕는 친구의 꿈도 응원하면서 계속 도울게요. 용돈도 아껴 쓰고요. (아린)


이렇게 후원하고 하는 거 친구들한테 말하긴 부끄럽기도 하고 좀 그런데, ‘나쁜 부자’들에게는 꼭 말해주고 싶어요. 똑같이 돈이 많아도 어떤 사람들은 빌 게이츠처럼 좋은 데 돈을 쓰고, 어떤 사람들은 만수르처럼 자기만 위해서 많은 돈을 펑펑 쓰잖아요. 나쁜 부자들에게 남도 좀 돕고, 좋은 일 좀 많이 하라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소개해주고 싶어요. /

저는 ‘전문기관을 통한 기부’가 가장 쉬운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직접 찾는 것은 어렵고, 찾는다 하더라도 전문가가 아닌 저로서는 그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조차 힘드니까요. 모든 것을 제가 다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민관을 떠나 모든 어린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린이에 대한 제 책임을 다하려고요. 기부나 봉사활동을 계속 같이 하다보면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우리 아린이도 스스로 배우는 것이 많아질 거라고 믿어요. (아빠)
 


:: 취재후기 ::
쑥 커버린 키만큼 마음도 쑥 자란 아린이. 홀로서기, 경쟁하기를 강요받는 세상 속에서 함께하기, 도와주기를 몸소 보여주시는 부모님 덕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린이네 가족에게 고마운 일, 나누는 일이 계속 커지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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