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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30주년, 우리 사회는 아동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가?

등록일2021.11.19 조회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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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아동을 칭하는 말이다. 프로그램 내내 아동 출연자를 ‘금쪽이’라 부르며 어떤 문제 상황에서도 소중한 존재임을 지속적으로 각인시킨다. 여기서는 아동의 문제 행동 그 자체보다 아동이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된 원인에 집중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부모들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있다. 

 

그렇다면 방송 프로그램 밖, 우리 사회에서는 아동을 ‘금쪽이’로 대우하고 있는가? 아동은 부모의 부속물이나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독립적인 인격체이고, 존엄성을 가진 존재라는 명제는 비단 특정 TV 프로그램 안에서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1년 11월 20일, 우리나라 정부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로 봐야 함을 천명하며, 아동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한 협약이다.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국제법이며, ‘아동 권리보장에 대한 법적 의무’가 ‘국가’에 있다는 것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협약을 비준한 이후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총 4번의 국가보고서 심의를 받았으며, 협약에서 명시한 국가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변화를 꾀하고 국민의 인식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지난 30년간 조금씩 국민의 인식과 일상에 그리고 국가의 법과 제도, 정책에 스며들었다. 

 

아동복지 패러다임이 시설 중심에서 가정 중심으로, 민간 주도에서 공공 주도로 변해왔으며,  ‘아동정책 기본계획’, ‘포용국가 아동정책’ 등 정부의 정책들도 아동에 대한 수혜가 아닌 아동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중심으로 수립되었다. 또한 62년 만에 민법상 징계권이 삭제되면서 아동에 대한 체벌이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법적으로 금지되었고,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가 완전히 폐지되는 한편, 성착취 피해 아동을 처벌하던 규정이 삭제되어 성범죄에 연루된 모든 아동이 피해자의 지위를 인정받게 되었다. 최근에는 만 18세 미만으로 선거권이  하향되었고, 아동의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 위한 아동정책 영향평가도 도입되는 등 아동을 향해 있지 않았던 법과 제도들도 아동 중심으로 개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아동 권리가 완전히 실현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OECD 국가 중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 수준이며, 자살률도 높다. 국가 예산 중 아동을 위한 공적 예산은 여전히 부족하고, 아동·청소년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나 정책에 당사자의 참여가 부재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아동의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라는 유엔 아동 권리위원회의 권고에도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시설에서 가족과 분리된 채 살고 있으며.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출생 즉시 공적으로 등록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유엔 아동 권리위원회의 사전 심의(Pre Session) 당시 한국 아동의 인권상황을 보고받은 한 위원은 이렇게 질문한 바 있다. “한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입니까? 왜 아무도 고통받는 아동들 편에 서 있지 않습니까?”


아동의 권리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국가 차원의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 우리 사회의 표준값은 오래도록 성인이었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 지역사회, 국가의 주요 결정 대부분이 성인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아동의 의견이 간과되거나 아동에 대한 고려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우리 사회 전체가 ‘아동 우선’으로 관점이 바뀌지 않는 한, 아동들은 그저 성인들의 세상에 사는 약한 존재일 뿐이며, 아동을 차별하고 권리에서 배제하는 시공간 역시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성인이 표준값인 세상에서 아동은 ‘금쪽이’가 될 수 없다. 아동을 보는 시각과 아동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모든 결정에서 아동을 최우선으로 두는 결단과 용기를 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아동을 비로소 ‘금쪽이’로 대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이다. 11월 20일 세계 어린이의 날, 그리고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30주년을 맞아, 국제사회에 그리고 당사자인 아동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 

 

2021년 11월 19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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