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이별 후,
이제는 네 살 가온이, 두 살 예슬이의 유일한 보호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힘겹게 구한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는
대기 인력으로 투입될 날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발작,
안정적인 일자리도 얻기 힘든 형편에
아이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을 책임지겠다 다짐했지만,
두 아이들이 영양불균형으로 병원 신세를 지며 특수분유를 섭취해야 했을 때,
여자 어른만 보면 ‘엄마’를 부르며 찾을 때
아빠의 마음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곤 했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제가 더 강해져야죠, 아빠니까.”
꿈을 접어야 했던 좌절감에 외면하고만 싶었던 스케이트이지만
지도자가 되어 링크 위로 돌아가는 것이 아빠의 새로운 목표입니다.
말이 트이지 않던 네 살 가온이가 얼마 전부터는 “아빠”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픈 아빠에게 ‘호’ 해주면 아빠가 힘을 낸다는 것도 압니다.
부족한 아빠,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늘 미안했는데,
아이들은 아빠가 어떤 모습이든 아빠를 향해 웃어줍니다.
“이 아이들한테는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구나,
아이에게 부모는 그런 존재구나…
애들을 포기하지 않길 정말 잘했다, 생각해요”
매서운 추위를 이기지 못할까 겨우내 이어온 걱정에도
봄의 햇살과 시원한 비를 맞으며 어느덧 싹을 틔운 묘목처럼
아이들은 어느새 이만큼 자라, 아빠의 위안이 되어줍니다.
가족의 봄도 발치에 와있길 바라며, 아빠는 다시 힘을 내 봅니다.
가족에게 곧 찾아올 봄을 지켜봐 주세요.
마침내 솟아오를 새 과목에 깨끗한 흙과 따스한 햇살을 나누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