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아파트 앞 작은 세상, 남매의 유일한 놀이터. 그저 함께인게 좋은 서로의 단 하나뿐인 가족 낡은 아파트 앞 계단에 걸터앉아 놀고 있는 두 아이. 체구는 엇비슷하지만 세 살 터울의 남매입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장난 가득한 표정의 둘이지만 아이들은 맘에 드는 장난감을 서로 갖겠다고 싸우지 않습니다.
무엇을 해도 꼭 둘이 함께인 애틋한 남매와 낡은 계단과 공터를 따뜻하게 비추는 햇살. 두 아이들이 함께 맞는 두 번째 봄입니다.
아이들의 엄마는 아빠와 이혼 후 생후 23일 된 둘째 하람(가명, 현재 5세)이를 자신의 고모에게 맡기고 홀연히 떠났습니다. 젊은 시절, 미혼모 신분으로 낳은 아이를 입양 보낸 아픔을 간직한 고모할머니는 일흔이 다 되어 얻은 조카손주를 정성을 다해 키웠습니다.
정부보조금만으로 생활하는 빠듯한 형편. 월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제일 먼저 하람이의 우유와 기저귀를 사고, 여유가 없어 자신은 김치와 밥으로만 끼니를 해결했다는 할머니. 이웃에게 햄을 얻어와 물에 데쳐 염분을 빼고, 그걸로 겨우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지만 하람이는 건강하게 자라주었습니다.
첫째 하은(가명/8세)이는 부모님의 이혼 후 아빠의 손에 맡겨졌지만, 아빠와의 생활은 불행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아동보호시설로 보내진 하은이의 소식을 뒤늦게 접한 할머니는 하은이도 자신이 거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어린 것이 잊히지도 않는 기억과 혼자 씨름할 걸 생각하니까… 하늘 아래 이제 저희들 둘 뿐인데, 같이 있어야지."
처음 고모할머니 집에 온 하은이는 낯선 환경이 불안하고 무서워 매일 밤 울었습니다. 할머니가 하은이를 달래려 하면, 할머니를 빼앗긴 기분에 서러워진 하람이도 울음을 터뜨려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언제 그런 날들이 있었냐는 듯 이제 둘은 손을 꼭 잡고 나란히 누워 서로를 의지해 잠을 청합니다.
상처 입은 마음으로도 밝게 웃음 짓는 아이들이 못내 안쓰러운 할머니. 아이들이 좀 더 자랄 때까지, 할머니는 자신의 시간을 붙들고 싶습니다. 사시와 안검하수 때문에 시야가 답답해 늘 턱을 들고 앞을 봐야하는 하람이의 눈 치료도 할머니의 걱정거리입니다. 그래도 말없이 허리를 낮추고 하람이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하은이가 있어서, 이렇게 함께여서 다행이라고 할머니는 애써 마음을 놓아봅니다.
내일도, 십 년 후에도, 이십 년 후에도 가족이 오래도록 함께하기를. 낡은 아파트 앞마당 두 아이들의 놀이터에 따뜻한 햇살만이 비추기를. 가족의 앞날이 따뜻한 나날들이 되도록 사랑을 보내주세요.
사진@박지만(Studio3rdBass) 작가 l 글 강민지 l 디자인 임희경 copyright@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수정 및 무단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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