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슈 한 컷 살아온 이곳에서, 살아갈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2026.03.31175

텍스트 축소 버튼텍스트 확대 버튼

 

 

16년 만에 받은 이방인 증명서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체류 자격을 잃은 스리랑카 국적의 부부 사이에서 누완(가명)이 태어났습니다. 경기도의 한 의료원에서 출생한 뒤 줄곧 경기도에서 자라온 누완에게 한국은 유일한 고향이었습니다. 친구들은 그를 ‘스리랑카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법과 제도가 누완을 부르는 이름은 ‘미등록 이주배경아동’이었습니다. 그러다 2021년, 법무부의 「국내 장기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방안¹을 통해 누완은 비로소 체류자격을 얻었습니다. 16년 만에 손에 쥔 외국인등록증에는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던 날들과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지 못해 친구들을 배웅하며 홀로 교실을 지켜야 했던 외로운 시간들이 켜켜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는 순간, 다시 흔들리는 체류권

 

한국살이 21년차 카순(가명)도 동일한 제도로 체류자격을 얻었습니다. 아동이 성인이 되면 보호자는 출국 대상이 되는 규정 때문에, 카순은 생일을 앞두고 어머니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법무부가 2026년 2월, 자립 준비기 청소년에게 부모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부모 체류를 24세까지 연장하였습니다. 덕분에 당장의 이별은 면했지만, 카순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무거운 질문이 남아있습니다. 

 

“24살이 되면, 나는 이곳에 혼자 설 수 있을까?”

 

 

한시적 구제라는 이름의 불안한 권리


한국에는 약 20만 명의 이주배경아동이 살고 있고, 이 중 약 2만 명은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상태로 추정됩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국내에서 태어났거나 장기간 한국에 체류하며 한국의 언어와 교육, 문화 속에서 삶의 기반을 형성해 왔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아동들의 체류 안정을 위해 ‘체류자격 부여방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액의 범칙금, 신청 과정에서의 단속에 대한 두려움, 공교육 이수 요건 등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제도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2025년 7월 기준, 해당 제도를 통해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아동이 1,539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러한 제약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이 제도는 2028년 3월 종료를 앞둔 ‘한시적 조치’라는 점에서, 미등록 이주배경아동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삶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부모의 출신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들의 오늘마저 불안하게 합니다.  

 

 

초록우산, 제도 밖 현실을 기록합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누완과 카순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초록우산은 2026년 3월부터 「국내 성장 이주배경아동·청소년 체류권 실태조사」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미등록 상태에 놓여있거나, 체류자격을 얻고도 여전히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는 아동·청소년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이를 바탕으로 법·제도·정책의 실질적인 개선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어디에서 태어날지, 어디에서 살지 스스로 선택한 적 없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 자격을 증명하라고 해야 할까요. 국내 체류 외국인이 271만 명을 넘어선 지금,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질문입니다.

 

 

[참고: 이주배경아동 체류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 스토리]

 


 1) 국내에서 출생하거나 장기간 체류하면서 국내 초·중·고 교육과정을 이수한 미등록 이주배경아동을 대상으로,

     일정 요건에 대한 심사를 거쳐 한시적으로 체류자격을 부여한 제도

 

최상단으로